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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나의 이름/ 노경심. 일본<제1회 세계한글글쓰기대전 수상작품>

  • 한글세계화운동연합
  • 2021-04-13 09:45:00
  • 120.50.72.150

 

노경심/ 일본 코리아국제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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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나의 이름을 부르고 한 숨을 쉬는 간호사 분. 그 간호사 분의 소리를 듣고 궁금해 나를 보는 사람들. 글쎄 나는 이런 장면을 몇 번 만났을까. 나의 이름은 노경심이다. 나는 일본에서 사는 재일코리안 3세이자 한국 국적을 갖는 재일코리안이다. 75년 전 나의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시기에 일을 찾으러 일본으로 건너온 게 내가 일본에서 살게 된 계기다.

10년 전 일본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던 나는 자기가 재일코리안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일본인처럼 지내고 자랐다. 일본 친구들과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어로 얘기를 하고 일본 노래를 부르면서 지냈다. 그런 속에서 나한테는 의문스러운 일이 몇 가지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아버지, 어머니를 오카아상 오또오상이라 부르는 것, 자기만 이름 형식이 다른 것, 나는 이게 아주 신기했고 너무 싫었다.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예쁜 이름을 갖고 싶었다. 이런 생각은 날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졌다. 그 당시 자기가 일본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이런 이름을 지은 아버지 어머니를 미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당시의 어린이집 친구나 담임 선생님들은 나를 계속 별명으로 불렀다.

그 1년 후에 조선학교로 입학을 하게 됐다. 여기서는 우리말 배우고 우리 노래를 부르고 지낸다. 내가 다닌 학교 인원은 비록 많지는 않았으나 그 친구들과 재밌는 나날을 보냈다. 그래도 나는 아직도 자기가 재일코리안인 것을 좋게는 생각 않았고 게다가 그 때 다니던 학원이나 피아노 교실, 주판 교실에서 자기 입으로 이름을 말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사실 내가 다녔던 교실 선생님들은 나를 일본 학교를 다니면서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애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조선학교를 다니게 돼서 우리말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자기에 대해서도 점점 알게 됐을 때 학교 과목의 하나인 우리 역사를 배우게 됐다. 나는 원래 역사에 흥미는 없었으나 역사를 알면 알수록 역사의 늪에 빠져 나갔다. 특히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 하러 왔을 때 당시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병사 수가 많은 일본군이 이긴다고 했다.

그런 속에서도 높은 지식과 타고난 무술을 가지고 있던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애국심으로 일본군을 몰아쳤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을 때 소름이 끼쳤을 정도다. 물론 임진왜란도 좋지만 내가 우리의 역사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한글이 만들어진 세종대왕의 시대다. 한글이 생기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에서 전해진 한자를 쓰고 한문을 썼다. 근데 그 당시 한자는 너무 어렵고 역사가 깊었던 것으로 한자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귀족이나 왕족이었다.

거기서 지위가 낮은 사람들까지 언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한글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글이 공식적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와 벽이 있어서 공식적으로 인정 될 때까지 40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자를 모르는 평민을 위한 왕의 마음에서 시작해서 만들어진 우리 글. 그 당시의 한글은 왕과 평민들의 마음과 생각을 이어주는 유일한 것 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글이 생겼을 때부터 마치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제2의 역사가 새로 시작한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수업에서 식민지(일제강점기)에 관해서 배우게 됐다. 식민지(일제강점기) 역사는 내가 생각하는 몇 배 이상의 심한 일이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만 했고 조금이라도 집중 안하면 채찍으로 막 때려죽이는 일본 군대, 나라를 되찾자고 힘을 합치면서 집회를 하고 일본경찰에 잡혀간 학생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완전히 한글의 존재를 없애려고 했던 일본정부, 일본으로 끌려와 나라도 이름도 빼앗긴 우리 선조들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우리말과 글, 마지막에는 사람으로서의 자유와 권리까지도 잃었다고 한다. 가슴 아픈 식민지(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1945년, 사람들은 말과 글 나라를 되찾았고, 그 기쁨으로 나의 증조할아버지는 나의 할아버지에게 만세와 비슷한 소리의 ‘만석’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이름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만이 아니라 그 당시의 모습과 사람들의 마음,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역사를 이어나가는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지금 자기가 재일코리안으로 우리 이름을 갖고 태어난 게 큰 자랑이다. 내가 태어날 수 있었던 것도 싫어했었던 이름을 보석 같은 존재로 느끼게 해준 것도 식민지시기(일제강점기)에 말과 글을 전심전력으로 지켜준 당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많은 사람의 마음이 담겨진 이름을 가지고 나는 앞으로도 많은 한글을 배워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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