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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한국어)세계화운동연합

HANGUL GLOBALIZATION MOVEMENT UNION

세계한글글쓰기대전

[산문] 나의 언어와 정체성/ 전지호. 일본/ <제1회 세계한글글쓰기대전 수상작품>

  • 한글세계화운동연합
  • 2021-04-13 10:37:00
  • 120.50.72.150

 

전지호/ 일본 코리아국제학원

 

나와 한글의 만남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중국어랑 한자밖에 몰랐다. 한글과 코리아어는 물론 한국이란 나라가 있다는 자체도 몰랐다. 엄마가 가끔 친척이랑 친구들이 올 때 내가 모르는 말로 대화를 했다. 그러면 나는 엄마한테

“방금 무슨 말로 대화 한 거야?”

라고 물어본다.

엄마는 조선말이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조선말’이라는 단어를 들어봤고 가끔 친척들 모임에서 외계어같은 조선말을 듣고는 했다.

그러다가 나는 연길의 조선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도 기본인 자음과 모음을 배웠다. 이제까지 중국어만 해왔던 나한테는 너무나 큰 시련이었다. 갑자기 본적도 없는 글자를 외우라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나는 한글이 너무 어려워서 배우기 싫었다. 하지만 엄마의 한마디가 나의 인생을 바꿨다.

”넌 조선족이니까 조선말을 배워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때 그냥 듣고 넘겼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깨달았다. 어쨌든 나는 포기하지 않고 한글을 계속 배워나갔다. 소학교시절에는 다른 과목은 다 성적이 괜찮았지만 조선어문의 성적만 낮았다. 조선어문이란 조선족 학교에만 있는 과목인데 쉽게 말하면 조선말이다.

중국어는 기말시험에 100점이나 맞았지만 조선어문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그렇게 나는 성적향상을 위해 한글을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기말시험 때 성적이 대폭 상승했다.

나는 그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 한글을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성적은 좋았지만 실제로 친구와 대화할 때는 조선말보다는 중국말을 많이 썼다. 아무래도 오직 성적만을 위해서 공부한 언어이기도 하고 한글이나 조선말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 많이 안 썼던 것 같다. 나는 조선족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민족개념에 대해 잘 모른 탓에 자기를 그냥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뭔가 허무한 느낌이었다. 나는 조선말, 한글을 배워도 쓸모가 없는 줄 알았다.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중국말을 더 많이 쓰니까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단단히 잘못된 착각이었다.

나는 중국에서 4학년까지 마치고 한국 서울에 왔다. 나는 조선말을 할 줄 알아서 애들이랑 친해질 수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표준어를 잘 못해서 조금 힘들었다. 내가 배운 조선말에는 함경도 사투리가 많이 들어가서 소통이 안 될 때도 가끔 있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랑 공부보다 노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로 했고 나는 결국 표준어도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그때 처음 자발적으로 한글과 한국어를 공부를 한 것 같다. 아무래도 애들이랑 중국말로 얘기할 일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는 역시 같은 민족이라는 것이다. 나는 연길에서 생활하면서 한글로 된 간판을 아주 많이 봤다. 한국은 당연히 그렇다. 똑같이 한글을 쓰고 풍습도 비슷하다. 사람들이 흥도 많았다.

특히 야구장에 갔을 때 관객들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느꼈다. 또한 나의 본관이 강원도란 사실을 한국에 와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조선족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국의 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선조가 조선 사람이란 증거이다. 나는 한국에서 나의 정체성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한글에 대한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엄마의 권유로 일본에 오게 되었다. 나는 일본에서 한글을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한글을

볼 수 있었고 한글을 배울 수도 있었다. 여기서 재일코리안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재일코리안 친구들은 조선족이랑 비슷한 점이 많았다.

재일코리안은 일본어를 더 잘하고 조선족도 중국어를 더 잘한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랑 친해지기 위해서 한글보다 일본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입학하여 첫 1년은 일본어 수업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코리아어 수업은 들을 수 없었다. 1년 뒤에 드디어 코리아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그때는 정말 해방된 느낌이었다. ʻ드디어 한글 공부를 할 수 있구나.ʼ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한글이 그리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아마도 모르는 사이에 한글에 대한 애착이 생겼던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중국, 한국과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한글을 좋아하게 되었고 나의 정체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조선족이고 한글을 좋아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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