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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어서 와, 한글은 처음이지?/이채원 동경한국학원 <제1회 세계한글글쓰기대전 수상작품>

  • 한글세계화운동연합
  • 2021-04-13 0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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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가수인 방탄소년단이 한글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선‘한글 알림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제목으로 붙여 본‘어서 와, 한글은 처음이지?’는‘어서 와, 방탄은 처음이지?’라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도입부를 인용한 것이다.

언젠가 뉴스를 통해, 해외 팬들이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나오는 노랫말로 케이팝 사전을 제작하여 한국어 학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난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노래를 부르기 위해 한글 사전을 펼치고 한글을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야말로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말이 실감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팝을 통해 퍼지고 있는 한글 사랑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은「아민정음」이라는 단어를 접한 후의 일이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명인 ‘아미’들이 가수의 노랫말을 재해석한 한글을「아민정음」이라고 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Nugu=듣보잡’,‘Lack of Noonchi=눈치없다’같은 말이 있는데, 이런 말들은 특정 연령층만 이해할 수 있거나, 혹은 한글과 영어 단어가 혼합되어 쓰일 때가 많다는 점에서 내게는 그리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참 아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편으로는 짧은 노랫말 속에 교훈과 풍자, 현실 대변 등의 감정을 함축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단어 선택도 불가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아쉬움을 말하고 있는 나 역시 사실은 방탄소년단의 팬이다.

가끔 내가 그들의 춤을 따라하고 노래를 흥얼거릴 때면 나는 어김없이 아버지에게 한소리를 듣는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일본에서 한국어 교육 관련 일을 하고 계셔서 그 누구보다도 잘못된 한글 사용에 민감하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높이 사는 우리 아버지의 장점이 있다.

그것은 혼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의 언어를 알고 있을 필요는 있다고 눈치 보시며 내게 물어 온다는 점이다. 그런 아버지의 한글 사랑으로, 나는 초등학교 입학 전 격주 토요일 마다 진행되는 동경한국학교 토요 학교에서 한글을 배웠고, 결국 초등 4학년이 되면서 동경한국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축구를 좋아했던 나는 학교 대표로 함께 뛰었던 친구들과 헤어져 한국학교로 전학 가는 것이 너무 싫었다. 또 고등학교 입시 때는, 주로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국제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아버지께서는 그것도 허락해 주지 않으셨다.

그 당시는 아버지를 많이 원망했었다. 함께 같은 고등학교에 가기로 약속했던 친구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고, 내 인생을 아버지 손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친한 친구들과 이별한 후 한동안 방황했던 내 심정을 부모님께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도 사실은 최근에 들어서다.

어느덧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나이가 되어, 아버지께서 내게 오래 묵은 아버지의 신념을 들려주시는 과정에서, 나도 내가 겪었던 방황과 갈등의 순간들을 말씀드릴 기회가 생겼던 것이다.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아버지의 일본에서의 삶, 당신의 자식들이 살아갈 미래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신 흔적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신념은 완고했다. 단 한 가지! 그것은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한국인이고, 지구상 어디에서 살든 한국인으로 정정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모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이며, 그것이 성공을 위한 가장 큰 무기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이 깊이 와 닿은 것은, 아버지께서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일부러 멋진 말로 으름장을 놓으신 게 아니라, 바로 아버지가 살아온 날들이 옳았다는 신념과 살아갈 날들에 대한 기대가 거짓 없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학 선택은 내게 맡겨졌다.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을 한국어로 공부한 실력이라면 한국인이라는 이름이 창피하지 않을 만큼은 되었으니, 대학 선택은 나의 미래 주인인 나 스스로 선택하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갑자기 어른이 된 기분도 들었고, 겁도 덜컥 났다.

지금까지는 아버지를 원망할 수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아무도 원망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 난 너무 가슴이 벅찼다. 아버지 말씀대로, 비록 타국에 살지만 이 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한국어 네이티브 스피커’로 무장된 전사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앞으로 활동할 예정인 일한학생미래회의(JKSFF) 라는 단체의 일본인 친구들에게도‘한국어 네이티브 스피커’로서‘한글알림이’가 되어 또래 친구들에게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글자인 한글을 가르쳐 주는 시간도 더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와! 한글은 처음이지? 어느새‘한글사랑’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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