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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얌쓰남, 얌쓰녀/ 강종신 천안오성고

  • 한글세계화운동연합
  • 2021-05-28 03:36:00
  • 223.38.48.106

 

 

우리 부부는 주말부부다. 매주 금요일 저녁 남편은 집으로 돌아온다. 설레는 맘으로 남편을 기다린다. 그런데 유효기간은 하루다. 토요일 아침이 밝아오면 남편은 나를 닦달하여 자전거를 타러 나가자고 귀찮게도 한다.

 

갱년기 중증인 나는 작년 7월쯤 남편과 자전거를 타고 청당동 집에서 아산 배방쪽으로 해서 풍세까지 갔다가 오던 길에 넘어져 손목인대가 늘어나는 사고를 겪은 후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식고 가끔은 두렵기도 하며 후유증으로 관절이 쑤시고 아파서 귀찮기만 하다.. 차라리 둘이 오붓이 산책을 하고 싶은데 주중에 고생하고 집에 와서 아내보다 더 좋은 자전거 탈 생각만으로 오는 남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억지 춘향으로 함께 자전거 타기를(라이딩)하곤 한다.

 

지난주 주말에 막내딸 아이와 함께 셋이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가족 나들이를 하던 중 신나서 앞서가는 남편 뒤로 막내딸에 이어 마지막으로 힘없는 내가 달리고 있었다.

 

자전거에 푹 빠져 신나는 두 사람을 보며 몸 상태가 별로인 나는 계속 속도가 뒤처져 가는데, 가끔씩 뒤돌아보며 내가 따라오고 있는지만 확인하며 가까이 달려가면 또 속도를 내어 달리는 남편을 보며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 불현듯 ‘얌쓰남’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딸아이에게 너 ‘얌쓰남’이 뭔지 아냐고 묻자 모른다기에 요즘 줄임말이 유행이잖아 하며 ‘얌체쓰레기남자’야 라고 하자 딸아이가 웃음보가 터지며 누구냐고 묻기에 누구긴 누구니 아빠라고 하자. 무슨 뜻인지 알겠다며 그 말은 누가 한 말이냐기에 엄마가 만든 말이라고 하니 그러면 자기는 안쓰겠단다. 공신력이 떨어진다나.

 

주말에만 오는 것이 미안해서 아내 건강 챙기자고 자전거 타자고 하는 남편을 얌쓰남으로 매도하는 나도 ‘얌쓰녀’ (얌체쓰레기여자)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웃음 지어 본다.

 

- 얌체라는 말은 염치의 작은말인 암치에서 온말이라고 한다. 염치란 원래 청렴하고 깨끗하여 스스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란 말이란다. 그래서 염치가 없다고 하면 부끄러운 마음이 없는 사람을 말한단다. 이런 염치 없는 사람 즉 암치없는 사람을 얌체라고 일컷는다, 이 말이 지금은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 혹은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 무슨일이든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

 

남편에게 쓰레기라는 말을 붙여 미안하긴 하지만 귀여운 ‘얌쓰남’으로 남편 몰래 불러본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멀리 여행을 못가서 그런가 하천 자전거도로에 가족간에 자전거를 타는 수가 무척 늘었다.

 

각박한 세상속에서 주말 잠깐이라도 가족 간 자전거를 타며 보내는 이 시간이 행복이겠지 하며 몇 자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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