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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수취인을 잃고 떠도는 편지/ 황하연. 천안오성고 3학년

  • 한글세계화운동연합
  • 2021-05-28 03:53:00
  • 223.38.48.106

      황하연. 천안오성고 3학년

 

물음표에게

 

안녕 편지를 쓰는 건 오랜만이라 두서없이 글을 작성하는 건 아닐지 겁이 나. 지난 밤 꿈에 네가 나왔어. 꿈인 줄 알면서도 놓고 싶지 않아서 꿈을 깬 뒤에 얼마나 사경을 헤맸는지 넌 모를 거야. 있지, 난 널 아스라히 잊은 줄 알았어. 언제, 어디서든 생각나던 네가 더는 생각이 나지 않을 때. 네 이름을 들어도 더는 눈물이 나지 않을 때. 너의 흔적을 보고도 더는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을 때. 넌 나에게 단지 추억일 뿐이라고 생각했어

 

며칠 전에 신문을 읽다가도 네 생각이 났어. 나에게 항상 예쁜 말만 해 주겠다며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고, 순우리말을 찾아보던 네가 내 눈을 떠나질 않아서 그 기사를 종일 봤어. 네가 나에게 해 주던 순우리말들도 있더라. 넌 날 ‘별하’ 라고 불렀잖아. 높이 떠 있는 별처럼 높고 빛나는 사람이 되라고. 높게 빛나서 내가 어디에 있든 네가 날 찾아오겠다고 했잖아. 내 이름 석 자 놔두고 날 사람들에게 ‘별하’ 라고 소개하고, 내 이름을 ‘별하’ 라고 적는 건 그 때부터였나 봐.

 

세종대왕은 백성을 사랑해서 백성들이 배우기 어려운 한자 대신 누구나 쉽게 배우고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훈민정음을 창조 하셨대. 근데 왜 난 네가 굴리는 발음만 들리고, 네가 말하는 단어만 기억이 나고, 너에 대한 말만 나오니. 언제부터일까. 내 손을 네가 잡았을 때부터일까, 독서당 어린이공원에서 내려다본 서울이 다 내 도시가 되게 해 주겠다며 날 바라보던 네 눈빛을 마주했을 때일까, 어쩌면 네가 엮은 꽃반지를 건네줬을 때 숨 멎을 것처럼 내려앉던 내 심장 소리가 너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랄 때일 수도 있겠다.

 

그거 알아? 당연한 소리겠지만 여러 언어 중에 난 한국어를 가장 좋아하는 거. 내가 한국인이라서. 한국어에 대한 자긍심이 넘쳐서 그러는 게 전부가 아니야. 모든 이들은 위한 언어지만, 내가 한글을 사랑하는 이유는 한글로 된 너의 이름을 부를 수 있어서야. 내 혀로 네 이름을 발음하기 위에 자음과 모음을 굴릴 때, 혀에선 달보드레한 맛이 나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어.

 

네가 너무나도 아프던 날. 난 무릎 꿇고 믿지도 않는 신을 찾으며 기도를 했어. 신은 개인의 욕망이 비롯된 기도는 들어 주지 않으신대. 알면서도 계속 눈물이 고였던 건 내 욕심이었나 봐.

 

욕심을 하나 더 부린다면, 물음표야. 네 마음 한 켠에 아주 작게, 아주 아주 작게, 보이지도 않을 정도여도 좋으니 네가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나도 있었으면 좋겠어.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을게. 나는 너에게, 없으면 조금이라도 허전한 사람일까. 너에게 내 인생을 내어 주고 싶었어. 이제는 영영 못 전할 말이지만 그래도 사랑해.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 같아.

 

잘 자. 많이 보고 싶어.

 

‘별하’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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