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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 선비 내외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선비는 글 읽기를 좋아하여 늘 책을 읽었고 집안 살림은 바느질 솜씨가 좋은 부인이 도맡아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 흉년이 들었습니다. 먹고살기는 나날이 힘들어졌습니다.
거의 굶다시피 며칠을 보낸 어느 날 밤, 선비의 아내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지난해에 흉년이 들어서 땅이 있는 사람들도 곡식을 많이 거두지 못했어요. 이제는 바느질감도 없고 품을 팔 만한 일도 없군요. 저희들이야 젊으니까 풀뿌리인들 못 먹겠어요? 하지만 늙으신 어머님을 봉양할 양식이 없으니 여간 죄스럽지가 않군요.”
부인의 이 말을 들은 선비는 낫을 들고 마을 한 쪽에 있는 논으로 나갔습니다. 그 논은 말할 것도 없이 남의 논이었습니다. 한동안 잠자코 있던 선비는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네 이놈! 안 된다, 안돼. 남의 논에서 벼를 베겠다니, 그게 선비로서 할 짓이냐?” 그 선비는 자기가 묻고 또 자기가 대답한 것입니다. “그렇지요, 남이 피땀 흘려 지은 곡식을 도둑질하는 사람은 선비가 아니지요. 죽어도 도둑질은 못하겠습니다.”
선비는 낫을 든 채 힘없이 돌아갔습니다.